Retrospect
No Rewrite Rule
모든 도덕주의자들이 견해를 같이하듯 만성적인 자책감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다.
혹시 무슨 나쁜 행위를 저질렀다면, 잘못을 뉘우치며 능력껏 그것을 시정하고, 다음에는 더 잘하도록 스스로 다짐해야 옳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에 두고두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오물 속에서 뒹구는 것이 몸을 깨끗이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예술에도 역시 나름대로의 도덕이 존재하는데, 예술의 도덕을 다스리는 여러 법칙은 일반적인 윤리 법칙들과 같거나 어느 정도 유사하다.
예를 들어 미흡한 예술 작품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는 자책감이란, 일상적인 어떤 부족한 행실에 집착하는 죄의식과 마찬가지로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이다.
나쁜 요소는 찾아내고, 일단 시인한 다음, 가능하면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20년 전에 저지른 문학적인 결함들에 집착하는 행위, 처음 작품을 만들 때 이룩하지 못했던 완벽성을 성취하기 위해 좋지 못한 작품을 뒤늦게 보완하려는 시도,
지금과는 크게 달랐던 젊은 시절에 저질러놓은 예술적인 미숙함을 바로잡기 위해 헛되이 중년 시절을 낭비하는 짓 -- 이는 모두 분명히 쓸모없고 허황된 행위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새로 내놓는 이 [멋진 신세계]는 과거의 작품과 다를 바가 없다. 예술 작품으로서 그것이 지닌 결점들은 상당히 많지만 이를 바로잡으려면 나는 책을 다시 써야 마땅할 테고
그러면 나이를 더 먹은 다른 사람으로서 새 작품을 쓰는 과정을 거치며 나는 아마도 작품의 몇 가지 결함들뿐 아니라 본디 지니고 있던 장점들 역시 제거하게 되었으리라.
그래서 예술적인 자책감에 빠져 허덕이려는 유혹에 저항하며 나는 차라리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같이 그대로 내버려두고, 차라리 무슨 다른 얘기를 하고 싶다."멋진 신세계, 머리글 발췌"
위에 기술했듯이 과거의 잘못에 빠져 만성적인 자책감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기에 설령 내가 작성하는 글에 논리적 모순, 현실과의 괴리, 부정확한 표현들이 존재하더라도 수정하지 않고, 그 역시도 과거의 나였음을 기억하며 놔두고자 한다.